후배 결혼식에서 축사를 맡았습니다. 짧은 시 한 편을 읽기로 하고, 제가 만든 AI & Poem으로 축시를 뽑았습니다. 처음 나온 건 단상에서 읽을 글이 아니었습니다. 듣기 좋게 운은 맞는데 누구의 결혼식에 가져다 놓아도 똑같을 말뿐이었습니다. 여러 번 고쳐 쓰고, 소리 내어 읽어 시간을 재 보고, 양가 어른들 얼굴을 떠올리며 한 줄씩 덜어냈습니다.
아래 일곱 가지는 그 과정에서 직접 부딪힌 것들입니다. 축시는 읽는 글이 아니라 들리는 글입니다. 종이 위에서 멀쩡하던 문장이 마이크 앞에서 무너지는 일이 잦습니다. 각 항목마다 제가 쓴 프롬프트나, 같은 자리에서 도구가 내놓은 좋은 예·아쉬운 예를 함께 두었습니다. 그대로 AI & Poem에 넣어 시작점으로 삼으셔도 됩니다.
1. 상투적 축복 대신 구체적 일화를 넣어라
"백년해로", "꽃길만 걸으세요" 같은 말은 누구에게나 쓸 수 있어서 결국 아무에게도 남지 않습니다. 두 사람만의 장면 하나가 축사를 그 자리의 것으로 만듭니다. 어떻게 만났는지, 둘만의 버릇이 무엇인지, 함께 겪은 사건 하나를 프롬프트에 적어 넣으세요. AI는 장면이 들어오면 그 장면 안에서 말을 고릅니다.
두 사람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으로
꽃길만 걸으며 백년해로하시길
오늘의 행복이 평생 이어지길
반대로 두 사람이 도서관에서 만났다는 사실 한 줄을 넣었더니 같은 도구가 이렇게 바꿔 줍니다.
3년 전 그 도서관 같은 자리에서
빌린 책을 핑계로 말을 건 사람과
이제 같은 성을 쓰는 사람이 되어
나란히 앉아 다음 장을 넘깁니다
2. 신랑신부 이름과 호칭을 못 박아라
낭독은 한 번뿐입니다. 이름을 잘못 부르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AI는 비워 둔 자리를 그럴듯한 일반명사로 메우니, 두 사람의 이름과 내가 부를 호칭을 프롬프트에 정확히 적어야 합니다. 신랑을 '민준아'라고 부를지 '신랑'이라고 부를지에 따라 시의 거리감이 달라집니다. 한자 이름이면 읽는 음까지 같이 알려 주세요.
신랑 김민준, 신부 이서연의 결혼 축시를 4행으로 써 줘.
신랑은 내 대학 후배라 '민준아'라고 부르고, 신부는
'서연 씨'라고 불러 줘. 두 이름은 바꾸지 말고 그대로 넣어.
3. 낭독은 1~2분, 12~20행으로 맞춰라
마이크 앞 1분은 길게 흐릅니다. 종이에선 짧아 보여도 소리 내면 늘어집니다. 12행에서 20행 사이, 소리 내어 1분 30초를 넘기지 않는 길이가 적당합니다. 길어지면 객석의 눈이 풀립니다. 행수를 프롬프트에 정해 두고, 만든 뒤에는 반드시 실제로 읽으면서 시간을 재 보세요.
저는 16행으로 시작해서 두 행을 덜어냈습니다. 줄일 곳은 대개 두 번째로 좋은 문장입니다. 아까워도 빼면 시가 또렷해집니다.
4. 발음 어려운 한자어를 피하라
눈으로 읽을 땐 근사한 한자어가 입에선 걸립니다. "금슬(琴瑟)", "화촉(華燭)", "가약(佳約)" 같은 말은 발음이 뭉치거나 뜻이 귀에 안 들립니다. TTS로 들어 보면 더 표가 납니다. 쉬운 우리말로 풀면 같은 뜻이 바로 가닿습니다. 만든 시를 한 번 음성으로 들어 보고, 입에 붙지 않는 단어를 골라내세요.
금슬 좋은 가약을 맺은 두 분의 화촉
백년해로하며 부귀영화 누리시고
오복이 깃든 가정을 이루시길
오늘 두 사람이 한집의 등을 함께 켰습니다
서로의 이름을 매일 부르면서
오래, 아주 오래 곁에 있기를
5. 종교·집안 등 민감한 요소를 비워라
하객석에는 양가와 여러 세대, 서로 다른 믿음이 섞여 앉습니다. 특정 종교의 기도문, 한쪽 집안만 아는 농담, 정치색이 담긴 표현은 누군가를 객석 밖으로 밀어냅니다. AI는 자료를 그러모으다 이런 말을 슬며시 끼워 넣기도 하니, "특정 종교나 집안 표현은 빼 달라"고 명시하고 결과를 한 번 더 읽어 거르세요.
제 첫 초안에는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구절이 들어 있었습니다. 신부 쪽은 불교 집안이었습니다. 단상에 올라가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습니다.
6. 유머는 한 번, 낮게
웃음은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두 사람만 아는 흉이나 옛 연애, 외모를 건드리는 농담은 객석을 식힙니다. 가볍게 한 번 웃기고 곧장 따뜻함으로 돌아오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위가 높다 싶으면 프롬프트에 "농담은 부드럽게 한 번만"이라고 적어 주세요.
살 빼겠다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신랑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그래도 신부가 데려간다니 다행입니다
라면 끓이는 방식으로 한 달을 다퉜다는
두 사람이 오늘은 같은 냄비를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다투고, 더 자주 웃기를
7. 마무리 축원의 톤을 정하라
끝의 두 행이 인상을 정합니다. 거창한 다짐보다 한 가지 구체적인 바람으로 닫으면 여운이 깁니다. 담담하게 닫을지 뭉클하게 닫을지, 톤을 프롬프트에 미리 정해 두세요. 마지막 행만 따로 떼어 몇 번 다시 받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축시의 마지막 2행을 다시 써 줘. 거창한 말 말고,
'평범한 저녁이 오래 이어지길' 같은 담담한 톤으로,
구체적인 장면 하나로 끝내 줘.
축시는 두 사람의 것입니다
일곱 가지가 가리키는 곳은 하나입니다. 그 결혼식에서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를 시에 담는 일입니다. 도구는 초안을 빠르게 내주지만, 누구의 결혼식인지 아는 사람은 나뿐입니다. AI에게 평균을 맡기지 말고, 그 자리에만 있는 한 가지를 정해서 건네세요. 그리고 단상에 오르기 전에 꼭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입에서 한 번 걸리는 곳이, 객석에서도 걸리는 곳입니다. 직접 만들어 보고 싶으시면 AI & Poem에서 위 프롬프트부터 넣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