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시쓰고, 바로 들으세요

한국어 시조의 율격을 AI에게 맞게 설명하는 방법

by Ryu · 2026년 6월 19일 · 읽는 시간 8분

AI & Poem에 시조 기능을 붙이고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이 음절이었습니다. "봄을 소재로 시조 한 수 써 줘"라고 치면 분위기는 그럴듯한 석 줄이 나옵니다. 그런데 음보마다 글자를 세 보면 율격이 어긋나 있습니다. 종장 첫머리가 네 글자로 늘어지거나, 둘째 음보가 두 글자로 짧게 끝나 버립니다. 시조의 골격이 무너진 셈입니다.

원인은 분명합니다. 모델은 한국어를 글자가 아니라 토큰 단위로 끊어 처리해서, "이 음보가 몇 음절인지" 같은 셈을 본문 안에서 정확히 못 합니다. 그래서 "시조 써 줘"만으로는 운에 맡기는 꼴입니다. 모델을 탓하기보다 율격을 숫자로 떠먹이고, 출력한 뒤 스스로 세어 보게 만들면 됩니다. 단, 이렇게 상세한 지시는 자유 입력이 되는 범용 챗봇(ChatGPT·Claude 등)에서 통합니다. AI & Poem은 형식에서 '시조'를 고르고 주제어만 넣으면 빠른 초안을 주지만 음수율을 약 70%만 맞추므로, 정밀한 율격은 도구를 직접 운영하며 효과를 본 아래 방법으로 챗봇에서 다듬는 편이 낫습니다.

평시조의 율격부터 정확히

기본형은 평시조입니다. 초장·중장·종장 세 장으로 이루어지고, 각 장은 네 음보씩, 모두 열두 음보입니다. 글자 수는 45자 안팎입니다. 음보마다 세 글자나 네 글자가 기본이고, 한두 글자는 더하거나 빼도 됩니다. 음수율의 기본형을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음보 1음보 2음보 3음보 4
초장343(4)4
중장343(4)4
종장3 (고정)5 이상43

괄호는 한두 음절을 더하거나 빼도 되는 자리입니다. 초장과 중장은 이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종장입니다.

종장이 시조를 시조로 만든다

시조와 다른 정형시를 가르는 지점이 종장에 있습니다. 두 규칙은 가감 없이 지켜야 합니다.

종장 첫 음보는 세 음절로 고정입니다. 두 음절도 네 음절도 안 됩니다. 이어지는 둘째 음보는 다섯 음절 이상으로, 다른 음보보다 길게 늘여서 마지막 호흡을 만듭니다. 이 한 번의 길이 변화가 시조에 매듭을 짓습니다. AI가 가장 자주 어기는 자리이자, 사람이 가장 먼저 검사할 곳입니다.

율격을 AI에게 전달하는 프롬프트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음절 수를 숫자로 못 박고, 종장 규칙을 따로 강조하고, 출력한 뒤 스스로 세어 검증하게 합니다. 아래 프롬프트는 ChatGPT·Claude 같은 챗봇에 그대로 붙여 넣는 용도입니다. AI & Poem에서는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으니(주제어만 받는 구조라), 초안만 받고 정밀한 율격은 이 프롬프트로 챗봇에서 맞추세요.

먼저 음절 수를 숫자로 지정합니다.

평시조 한 수를 써 줘. 초장·중장·종장 3장에 각 장 4음보,
음보별 음절 수를 초장 3·4·3·4, 중장 3·4·3·4,
종장 3·5·4·3에 맞춰 줘. 소재는 봄비.

그다음 종장 규칙만 따로 한 번 더 못 박습니다.

특히 종장을 조심해 줘. 종장 첫 음보는 반드시 3음절,
둘째 음보는 5음절 이상이어야 해. 이 둘만큼은 절대 어기지 마.

마지막으로, 다 쓰고 나서 스스로 세어 검증하도록 시킵니다. 이 한 줄이 성공률을 크게 올립니다.

시를 쓴 뒤 각 음보 옆에 괄호로 음절 수를 적어 줘.
예: 봄비가(3) 내린 뒤에(4). 다 적고 나서 종장 첫 음보가
3음절인지, 둘째가 5음절 이상인지 네가 직접 확인하고
틀렸으면 고쳐서 다시 내 줘.

음절을 잘못 세는 일이 잦으면 세는 방식까지 지정합니다.

음절은 한글 글자 수로 세어 줘. 받침은 따로 세지 마.
'꽃잎'은 2음절(꽃·잎)이야. 헷갈리면 [봄][비][가]처럼
글자를 하나씩 끊어 나열한 뒤 개수를 세 줘.

율격을 지킨 예와 어긴 예

아래 둘은 같은 소재(봄비)를 챗봇에 넣고 받은 결과입니다. 위 검증 프롬프트를 함께 준 쪽과, 그냥 '봄비로 시조 써 줘'만 준 쪽의 차이입니다. 각 음보 뒤 괄호 숫자가 음절 수입니다.

챗봇 출력 — 율격을 지킨 예 (검증 프롬프트 사용)
봄비가(3) 내린 뒤에(4) 마당이(3) 젖어 든다(4)
처마 밑(3) 물방울이(4) 하늘을(3) 매달았다(4)
가만히(3) 손 모아 본다(5) 봄이 닿는(4) 손끝에(3)

종장 첫 음보 "가만히"가 3음절, 둘째 음보 "손 모아 본다"가 5음절입니다. 두 규칙을 모두 지켰습니다.

챗봇 출력 — 율격을 어긴 예 (프롬프트: "봄비로 시조 써 줘")
봄비가(3) 조용히(3) 내리는(3) 정원 안에서(5)
꽃들이(3) 비를 맞아(4) 더욱더(3) 싱그럽게 피어나(7)
아름다운(4) 봄(1) 풍경이(3) 그곳에 펼쳐지네(7)

종장 첫 음보 "아름다운"이 4음절이라 3음절 고정 규칙을 어겼고, 둘째 음보 "봄"이 1음절이라 5음절 이상 규칙도 어겼습니다. 초장·중장도 끝 음보가 5~7음절로 늘어져 호흡이 풀렸습니다. 분위기는 비슷해도 시조의 골격이 무너졌습니다.

ChatGPT·Claude 같은 챗봇에 음보별 음절 수를 숫자로 지정하고 종장 규칙을 강조한 프롬프트를 넣어 시조를 생성하고 음절 수를 검증한 화면
챗봇에 음절 수를 숫자로 못 박고 종장 규칙을 강조해 생성·검증한 화면

기준이 되는 한 수

율격이 헷갈릴 때는 잘 알려진 옛 시조를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황진이의 시조가 종장 구조를 또렷이 보여 줍니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황진이, 16세기 평시조

종장 "명월이"가 세 음절로 시작해 "만공산하니"로 길게 받습니다. 이 호흡을 머릿속에 두고 AI 출력과 맞대 보면, 어디가 어긋났는지 금세 잡힙니다.

숫자로 떠먹이고, 세어 보게 하라

AI는 한국어 음절을 잘 못 셉니다. 그러니 율격을 분위기로 부탁하면 분위기만 돌아옵니다. 음보별 음절 수를 숫자로 지정하고, 종장 두 규칙을 따로 강조하고, 출력 뒤 스스로 세어 고치게 하면 성공률이 확 올라갑니다. 마지막 검산은 사람 몫입니다. 종장 첫 음보가 세 음절인지, 둘째가 다섯 음절 이상인지만 확인해도 대부분의 어긋남은 거기서 걸립니다.

AI & Poem으로 시조 초안을 빠르게 받은 뒤, 위 프롬프트로 챗봇에서 율격을 다듬어 보세요. 같은 원리로 자유시를 다듬는 법이 궁금하시면 프롬프트 패턴 5가지도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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