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Poem에 시조 기능을 붙이고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이 음절이었습니다. "봄을 소재로 시조 한 수 써 줘"라고 치면 분위기는 그럴듯한 석 줄이 나옵니다. 그런데 음보마다 글자를 세 보면 율격이 어긋나 있습니다. 종장 첫머리가 네 글자로 늘어지거나, 둘째 음보가 두 글자로 짧게 끝나 버립니다. 시조의 골격이 무너진 셈입니다.
원인은 분명합니다. 모델은 한국어를 글자가 아니라 토큰 단위로 끊어 처리해서, "이 음보가 몇 음절인지" 같은 셈을 본문 안에서 정확히 못 합니다. 그래서 "시조 써 줘"만으로는 운에 맡기는 꼴입니다. 모델을 탓하기보다 율격을 숫자로 떠먹이고, 출력한 뒤 스스로 세어 보게 만들면 됩니다. 단, 이렇게 상세한 지시는 자유 입력이 되는 범용 챗봇(ChatGPT·Claude 등)에서 통합니다. AI & Poem은 형식에서 '시조'를 고르고 주제어만 넣으면 빠른 초안을 주지만 음수율을 약 70%만 맞추므로, 정밀한 율격은 도구를 직접 운영하며 효과를 본 아래 방법으로 챗봇에서 다듬는 편이 낫습니다.
평시조의 율격부터 정확히
기본형은 평시조입니다. 초장·중장·종장 세 장으로 이루어지고, 각 장은 네 음보씩, 모두 열두 음보입니다. 글자 수는 45자 안팎입니다. 음보마다 세 글자나 네 글자가 기본이고, 한두 글자는 더하거나 빼도 됩니다. 음수율의 기본형을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장 | 음보 1 | 음보 2 | 음보 3 | 음보 4 |
|---|---|---|---|---|
| 초장 | 3 | 4 | 3(4) | 4 |
| 중장 | 3 | 4 | 3(4) | 4 |
| 종장 | 3 (고정) | 5 이상 | 4 | 3 |
괄호는 한두 음절을 더하거나 빼도 되는 자리입니다. 초장과 중장은 이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종장입니다.
종장이 시조를 시조로 만든다
시조와 다른 정형시를 가르는 지점이 종장에 있습니다. 두 규칙은 가감 없이 지켜야 합니다.
종장 첫 음보는 세 음절로 고정입니다. 두 음절도 네 음절도 안 됩니다. 이어지는 둘째 음보는 다섯 음절 이상으로, 다른 음보보다 길게 늘여서 마지막 호흡을 만듭니다. 이 한 번의 길이 변화가 시조에 매듭을 짓습니다. AI가 가장 자주 어기는 자리이자, 사람이 가장 먼저 검사할 곳입니다.
율격을 AI에게 전달하는 프롬프트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음절 수를 숫자로 못 박고, 종장 규칙을 따로 강조하고, 출력한 뒤 스스로 세어 검증하게 합니다. 아래 프롬프트는 ChatGPT·Claude 같은 챗봇에 그대로 붙여 넣는 용도입니다. AI & Poem에서는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으니(주제어만 받는 구조라), 초안만 받고 정밀한 율격은 이 프롬프트로 챗봇에서 맞추세요.
먼저 음절 수를 숫자로 지정합니다.
평시조 한 수를 써 줘. 초장·중장·종장 3장에 각 장 4음보,
음보별 음절 수를 초장 3·4·3·4, 중장 3·4·3·4,
종장 3·5·4·3에 맞춰 줘. 소재는 봄비.
그다음 종장 규칙만 따로 한 번 더 못 박습니다.
특히 종장을 조심해 줘. 종장 첫 음보는 반드시 3음절,
둘째 음보는 5음절 이상이어야 해. 이 둘만큼은 절대 어기지 마.
마지막으로, 다 쓰고 나서 스스로 세어 검증하도록 시킵니다. 이 한 줄이 성공률을 크게 올립니다.
시를 쓴 뒤 각 음보 옆에 괄호로 음절 수를 적어 줘.
예: 봄비가(3) 내린 뒤에(4). 다 적고 나서 종장 첫 음보가
3음절인지, 둘째가 5음절 이상인지 네가 직접 확인하고
틀렸으면 고쳐서 다시 내 줘.
음절을 잘못 세는 일이 잦으면 세는 방식까지 지정합니다.
음절은 한글 글자 수로 세어 줘. 받침은 따로 세지 마.
'꽃잎'은 2음절(꽃·잎)이야. 헷갈리면 [봄][비][가]처럼
글자를 하나씩 끊어 나열한 뒤 개수를 세 줘.
율격을 지킨 예와 어긴 예
아래 둘은 같은 소재(봄비)를 챗봇에 넣고 받은 결과입니다. 위 검증 프롬프트를 함께 준 쪽과, 그냥 '봄비로 시조 써 줘'만 준 쪽의 차이입니다. 각 음보 뒤 괄호 숫자가 음절 수입니다.
봄비가(3) 내린 뒤에(4) 마당이(3) 젖어 든다(4)
처마 밑(3) 물방울이(4) 하늘을(3) 매달았다(4)
가만히(3) 손 모아 본다(5) 봄이 닿는(4) 손끝에(3)
종장 첫 음보 "가만히"가 3음절, 둘째 음보 "손 모아 본다"가 5음절입니다. 두 규칙을 모두 지켰습니다.
봄비가(3) 조용히(3) 내리는(3) 정원 안에서(5)
꽃들이(3) 비를 맞아(4) 더욱더(3) 싱그럽게 피어나(7)
아름다운(4) 봄(1) 풍경이(3) 그곳에 펼쳐지네(7)
종장 첫 음보 "아름다운"이 4음절이라 3음절 고정 규칙을 어겼고, 둘째 음보 "봄"이 1음절이라 5음절 이상 규칙도 어겼습니다. 초장·중장도 끝 음보가 5~7음절로 늘어져 호흡이 풀렸습니다. 분위기는 비슷해도 시조의 골격이 무너졌습니다.
기준이 되는 한 수
율격이 헷갈릴 때는 잘 알려진 옛 시조를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황진이의 시조가 종장 구조를 또렷이 보여 줍니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종장 "명월이"가 세 음절로 시작해 "만공산하니"로 길게 받습니다. 이 호흡을 머릿속에 두고 AI 출력과 맞대 보면, 어디가 어긋났는지 금세 잡힙니다.
숫자로 떠먹이고, 세어 보게 하라
AI는 한국어 음절을 잘 못 셉니다. 그러니 율격을 분위기로 부탁하면 분위기만 돌아옵니다. 음보별 음절 수를 숫자로 지정하고, 종장 두 규칙을 따로 강조하고, 출력 뒤 스스로 세어 고치게 하면 성공률이 확 올라갑니다. 마지막 검산은 사람 몫입니다. 종장 첫 음보가 세 음절인지, 둘째가 다섯 음절 이상인지만 확인해도 대부분의 어긋남은 거기서 걸립니다.
AI & Poem으로 시조 초안을 빠르게 받은 뒤, 위 프롬프트로 챗봇에서 율격을 다듬어 보세요. 같은 원리로 자유시를 다듬는 법이 궁금하시면 프롬프트 패턴 5가지도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